달리 출판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달리는 '고 녀석 맛있겠다', '리틀 피플 빅 드림즈 ', '너도 보이니?' 등의 시리즈 도서를 비롯해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나누는 그림책을 펴내고 있는 어린이 책 출판사예요. 저는 12년 차 편집자이자 발행인으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어떤 책을 낼지 고민하고 검토하는 일의 연속일 것 같아요.

새로운 책을 선별하고 기획하는 일은 늘 즐거워요. 달리에서는 주로 외국에서 출간된, 혹은 출간 예정인 그림책을 번역해 출간해요.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소개받기도 하고, 외국 출판사들이 앞으로 나올 책들의 정보를 미리 모아 발행한 카달로그 소개도 살펴봐요. 기존에 달리에서 출간하지 않던 주제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포트폴리오의 빈자리를 채워 나간다는 느낌으로 책을 찾죠. 

초반에는 아동 워크북 위주로 출간하다가 현재는 주로 그림책을 펴내고 있는데요. 변화의 계기가 있나요?

과거에는 '너도 보이니?'나 '내가 바로 디자이너',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 노트' 등 여러 가지 놀이책을 많이 기획하고 출간했어요. 그중 '너도 보이니?'와 '내가 바로 디자이너' 시리즈는 출간 즉시 수십만 부가 판매되었어요. 출판사를 시작하고 운이 좋게 초반에 베스트셀러가 많이 나왔는데, 그때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면 좋은 성적표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림책 카페에 갔는데 제가 모르는 그림책들이 많더라고요. 그때 여러 사람들이 만든 낯선 책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정말 좋은 책들이 많았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 이후에 자주 방문하면서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는 그림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삶의 태도가 바뀌는데, 제가 노인이 될 때까지 출간한 모든 책들이 제 생각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요. 그림책을 통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가치인 배려나 나눔, 사랑, 우정을 배우고 감수성이 풍푸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요. 앞으로는 계속 그런 그림책들을 모으는 일을 할 거예요. 그렇게 모은 그림책이 최근에 펴낸 '달리 세계그림동화 20'이에요.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내기까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한 번 출간된 책은 수정하거나 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성도 있게 마무리해야 해요. 편집 과정에서 더 좋은 표현이 있을지 문장과 표현에 대해 고민하고, 시각적으로도 잘 정돈된 느낌이 들도록 서체 크기나 자간, 전체적인 디자인과 레이아웃 등을 여러 번 출력해서 재확인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작업에 몰입하면 개인적인 해석이 더해져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한 권 한 권이 작업 기간을 길게 가지고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요.

달리의 대표작으로 『고 녀석 맛있겠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벌써 출간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고요.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책은 출판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는 달리에도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책이에요. 이 시리즈를 처음 작업했을 땐 20대 초반이었어요.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와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를 작업하면서는 눈물을 펑펑 쏟은 기억이 떠올라요.

  

특히 초식 공룡 마이아사우라가 우연히 주운 알에서 태어난 티라노사우루스를 무서워하면서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키우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에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인하고 따뜻한 사랑을 느꼈어요. 몇 번이고 다시 읽을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는 했어요. 

  

이 시리즈는 사랑과 우정, 배려 등 관계와 감정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한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사실을 배운 책이에요. 미야니시 타츠야 선생님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신간 작업을 하고 계세요. 

  

단행본으로 한 권씩 천천히 출간되다 보니 작업을 하면서 저도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며 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재작년에 펴낸 '리틀 피플 빅 드림즈' 시리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편견과 장애물을 딛고 꿈을 이룬 여성들을 다뤘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어요. 

이 책을 펴낸 계기가 있나요?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었을 땐 남녀차별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는 여성들이 남성처럼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없었잖아요.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아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치부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여아 낙태가 극심했다고 해요. 지금은 그 시절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종종 성차별에 관한 문제들은 존재해요.  

  

자신의 꿈을 찾아 편견과 장애물을 딛고 이겨낸 여성들의 이야기가 제가 찾던 주제와 맞아떨어졌어요. 올해부터는 여성 서사에 국한하지 않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을 좇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리틀 피플 빅 드림즈' 시리즈에 담을 계획이에요. 

요즘 달리가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좋은 포트폴리오를 가진 출판사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책들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요. 어떤 책은 출간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책 만드는 일과는 또 다른 기쁨을 선물해요. 앞으로 더 많은 책을 내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해 주죠. 하지만 잘 팔리지 않은 책이라고 해서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기획자로서 책을 선택한 이유가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누구에게는 기억에 남는 책이 되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을 남기거든요. 달리의 도서 목록을 어떤 구성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지가 늘 가장 큰 고민에요. 

  

 더불어, 독자들과 더 원활하게 직접 소통하고 싶어서 홈페이지를 개설했어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도 운영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소규모 출판사이다 보니까 계획한 것들을 모두 실행하는 게 쉽지는 않네요.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요?

역시 독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예요. 종종 출판사로 그림편지를 보내주는 어린이 독자들도 있고, 진심이 담긴 서평을 남겨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 사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해요.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돼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서평은, 감동이라는 추상적 의미가 어떤 울림인지 아이에게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엄마가 항상 곁에 있을게』라는 책을 통해서 아이와 감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는 글이었어요. 

  

저 스스로 의미가 있다고 정의 내린 일을 하는 것 자체로도 기쁘지만, 누군가가 제가 만든 책을 읽고 응답해 ㅜ었을 때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뻐요. 

달리에는 유독 한 작가, 한 테마로 나오는 시리즈 도서가 많아요.   

계속해서 시리즈를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책 위주로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정 작가의 작품이나 시리즈물을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단행본이 한 권 한 권 여러 번 수정하며 천천히 만드는 책이라면, 시리즈는 기획력이 좋고 방향성이 일관된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작업하는 일이에요. 

  

통일성을 가지고 꼼꼼하게 챙기며 편집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집중하며 작업하는 만큼 한 번에 출간되었을 때 성취감이 더 큰 것 같기도 해요.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_ WEE  Vol. 2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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